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야구 연장전은 왜 지금처럼 바뀌었을까?

야구팬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말이 있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9회 2아웃에서도 경기는 뒤집히고, 유독 후반에 강한 팀을 두고는 '약속의 8회', '약속의 9회'라는 표현도 자주 등장합니다. 실제로 시즌을 보다 보면 8회까지 끌려가던 팀이 순식간에 역전승을 만들어내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죠.

지금 KBO리그 정규시즌은 11회까지만 연장전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과거에는 15회까지 경기를 치르던 시절도 있었고, 한때는 무승부를 없애기 위해 이닝 제한 자체를 없앤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의 연장 규정은 단순히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실제 경기에서 겪은 시행착오와 선수 보호를 고민한 끝에 만들어진 결과입니다.




⏳ 연장전 규정은 왜 계속 바뀌었을까?

야구는 시간이 아닌 이닝으로 승부를 가리기 때문에, 동점이라면 경기는 자연스럽게 연장으로 이어집니다.

예전 KBO는 정규시즌에서도 연장 15회까지 경기를 진행했습니다.

당시에는 "승부는 반드시 가려야 한다"는 인식이 지금보다 훨씬 강했고, 팬들도 끝까지 결과를 보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시즌이 계속되면서 문제가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경기가 길어질수록 선수들의 체력은 물론이고, 다음 날 경기 운영까지 영향을 받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 야구 역사 한 토막 | KBO에도 '18회 혈투'가 있었다

연장전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경기가 있습니다.

바로 2008년 9월 3일 잠실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입니다.

당시 KBO는 정규시즌에서 무승부를 없애기 위해 이닝 제한 없는 끝장승부를 단 한 시즌 시험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이날 경기는 무려 연장 18회까지 이어졌습니다.

지금도 KBO 정규시즌 최다 이닝 경기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경기입니다.

18회까지 이어지는 동안 양 팀은 불펜 투수를 거의 모두 소모했고, 선수들 체력 부담도 엄청났습니다.

이 경기는 "무조건 승부를 내는 것이 정말 최선일까?"라는 논의를 불러왔고, 결국 끝장승부 제도는 단 한 시즌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 그래서 지금은 11회까지만 한다

이후 KBO는 선수 보호와 경기 운영의 현실을 함께 고려하기 시작했습니다.

야구는 거의 매일 경기를 치르는 스포츠입니다.

하루에 연장 15회나 18회까지 경기를 하면 다음 날 경기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큰 부담은 역시 불펜 투수들에게 돌아갑니다.

예정에 없던 투수들까지 모두 등판하면서 다음 경기 운영이 꼬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여기에 방송 편성과 관중 귀가 시간 같은 현실적인 요소까지 더해지면서 정규시즌 연장전은 15회에서 12회, 그리고 2025시즌부터는 현재의 11회 제한으로 점차 축소됐습니다.



📌 야구 상식 한 토막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은 규정이 다릅니다.

포스트시즌은 반드시 승자를 가려야 하기 때문에 현재도 연장 15회까지 경기를 진행합니다.

그래서 한국시리즈 같은 큰 경기에서는 자정을 넘겨 끝나는 혈투가 나오는 일도 일어나곤 합니다.

실제로 2006년 한국시리즈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5차전은 연장 15회 끝에 1대1 무승부로 끝난 대표적인 경기입니다.



🌍 해외 야구는 어떻게 다를까?

축구는 연장 30분을 치른 뒤 승부차기로 승패를 가리지만, 야구에는 그런게 없습니다.

대신 국제대회에서는 승부치기(Tiebreak) 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승부를 빨리 가리기 위한 제도가 사용됩니다.

WBC나 프리미어12 같은 국제대회에서는 일정 이닝 이후 무사 2루에서 공격을 시작해 승부를 조금 더 빠르게 결정합니다.


📘 용어 한 토막 | 승부치기(Tiebreak)

승부치기는 승부차기와 이름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제도입니다.

승부차기가 별도의 방식으로 승패를 가리는 절차라면, 승부치기는 실제 경기를 계속 진행하되 주자를 미리 2루에 두는 특별 규정을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마무리

야구팬들 사이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연장은 이겨도 힘들고, 지면 더 힘들다. 그래도 이왕 간 거라면 이긴 바보가 낫다."

그만큼 연장전은 선수도 팬도 쉽게 지치는 시간입니다.

우리 팀 연장전은 한 공, 한 타석마다 심장이 철렁합니다. 다른 팀의 연장전은 조금은 마음 편하게 지켜보다가도 정말 멋진 승부가 나오면 어느새 박수를 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그래서 연장전은 가장 피곤한 시간이면서도, 야구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을 가장 실감하게 만드는 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에도 중계를 보다 한 번쯤 궁금했던 스포츠 속 이야기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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