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와 축구의 비디오 판독(VAR), 누가 어디서 어떻게 판정할까?
야구장에서 비디오 판독 요청이 나오면 전광판에는 심판이 영상을 돌려보는 모습이 생중계되고, 팬들은 숨을 죽인 채 그 화면을 함께 지켜봅니다.
반면 축구에서는 주심이 경기 흐름을 멈추고 터치라인 밖의 모니터를 향해 뛰어갑니다.
많은 분이 두 종목 모두 '비디오 판독'이라는 기술을 쓴다는 점은 알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판독실의 구체적인 모습이나 운영 방식은 생소할 것입니다.
이번엔 두 종목의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그 내부를 깊이 있게 파헤쳐 보겠습니다.
🏢 0.1초를 다투는 승부, 그곳에 '판독실'이 있다
야구와 축구 모두 비디오 판독을 위한 전담 공간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이를 통칭 '판독 센터' 혹은 'VAR실'이라고 부르죠. 하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운영 방식에는 종목의 특성이 고스란히 묻어 있습니다.
야구의 경우, KBO는 서울 상암동에 '비디오 판독 센터'를 별도로 운영합니다.
판독 센터에는 수십 대의 고해상도 카메라가 수집한 경기 영상이 실시간으로 전송되며, 판독 센터장과 전문 요원들이 여러 대의 모니터를 통해 초당 수십 프레임의 영상을 분석합니다.
특히 야구는 타구의 궤적, 베이스 터치, 수비수의 미트 속 포구 시점 등 아주 정교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영상의 배율을 극한으로 높여 판독합니다.
이는 기계가 100% 자동으로 판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십 명의 숙련된 요원이 공식 영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협업하는 구조입니다.
축구의 VAR실은 경기장 내부, 혹은 리그 운영 본부에 설치됩니다.
판독실에는 주심을 보조하는 비디오 판독 심판(VAR)과 보조 비디오 판독 심판(AVAR), 그리고 리플레이 운영자(RO)가 한 팀으로 움직입니다.
축구 VAR의 핵심은 경기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명백한 오심'을 잡아내는 것인데, 판독실에서 쉴 새 없이 화면을 돌려보며 주심에게 무선 통신으로 결과를 전달하는 과정은 마치 긴박한 작전 회의를 방불케 합니다.
📌 VAR 판독실 구성
VAR(비디오 판독 심판): 주심을 보조하며 상황을 분석하고 결정을 내립니다.
AVAR(보조 비디오 판독 심판): VAR 심판이 상황을 검토하는 동안 경기장에서 일어나는 나머지 상황을 모니터링합니다.
RO(리플레이 운영자): 판독관이 원하는 각도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숙련된 기술 전문가입니다.
🧐 기계가 판단하는 것 vs 사람이 해석하는 것
야구의 ABS가 '공이 존을 통과했는가'라는 물리적 사실을 보조한다면, 비디오 판독(VAR)은 전혀 다른 영역입니다. 야구의 비디오 판독은 '심판의 판정이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오류인가'를 따지는 것이고, 축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축구에서 공이 골라인을 넘었는지 판단할 때는 '골라인 판독 기술(GLT)'이라는 별도의 센서를 사용합니다.
이 기술은 월드컵에서 머리카락까지 감지할 정도로 정밀하게 골 여부를 판정합니다.
반면, 핸드볼 반칙이나 파울 여부 같은 '맥락이 중요한 상황'은 기계가 단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주심이 직접 경기장 밖 모니터로 달려가 '온 필드 리뷰'를 하는 것입니다.
기계는 '거리와 위치'를 잴 뿐, '반칙의 의도와 맥락'은 여전히 사람이 해석해야 하는 것이 현대 스포츠 판정의 한계이자 묘미입니다.
즉, 어느 종목도 기술이 100% 완벽한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활용해 심판의 결정을 보완하고 경기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시스템인 셈입니다.
⚾ 관객도 판독 화면을 볼 수 있을까?
야구와 축구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정보 공개의 방식'입니다.
야구는 비디오 판독 시 판독 센터에서 확인 중인 영상을 전광판에 함께 송출합니다.
팬들이 판독 과정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으니 납득이 빠르죠. 애매한 상황일 때 팬들이 웅성거리는 모습은 야구장의 흔한 풍경입니다.
축구는 조금 다릅니다. 과거에는 VAR 판독 과정이 폐쇄적이라는 지적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주심이 판독 후 마이크를 잡고 경기장 전체에 직접 판정 사유를 설명하는 제도가 도입되고 있습니다.
"수비수의 팔이 부자연스럽게 열려 있었고, 이는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페널티킥을 선언합니다"와 같이 판정의 근거를 설명하는 방식이죠.
이는 팬들의 불만을 줄이고 경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현대 축구의 진화 과정입니다.
💡 FAQ: 비디오 판독, 이것도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Q1. 야구는 판독 요청을 팀당 횟수 제한이 있는데, 무제한으로 쓸 수는 없나요?
그렇습니다. 야구는 경기 지연 방지를 위해 팀당 판독 요청 횟수가 정해져 있습니다. 다만, 심판진의 재량으로 요청하는 '심판 합의 판정'은 횟수와 별개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Q2. 주심이 VAR을 보러 갔는데도 판정이 번복되지 않는 경우도 있나요?
네, 많습니다. 주심은 자신의 첫 판정을 신뢰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VAR 화면을 보고도 자신의 생각이 확고하다면 원심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Q3. 왜 축구는 야구처럼 자동 판정 비중이 낮나요?
축구는 야구보다 훨씬 넓은 공간에서 선수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입니다. 반칙의 의도성 여부 등 심판의 해석이 필요한 영역이 너무 많아서, 기계적인 자동 판정보다는 인간 심판의 종합적인 판단이 경기의 흐름을 보호하는 데 더 적합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판독 기술은 날로 발전하지만, 결국 스포츠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 치열하게 다투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글에서 보신 것처럼 야구의 정밀함과 축구의 해석적 깊이는 종목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장치들입니다. 판독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 기술을 활용해 승리를 거두기 위해 땀 흘리는 선수의 노력은 변하지 않는 야구와 축구의 본질입니다.
경기를 보시면서 판독 결과가 나왔을 때, 기계가 보조한 결과라고 해서 무조건 받아들이기보다는 심판과 선수가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관찰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판독의 과정 자체를 즐기다 보면, 야구와 축구가 훨씬 더 흥미롭게 느껴질 것입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