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계약으로 키움이 245억을 받은 이유, 포스팅 시스템의 비밀

매년 겨울, 한국 프로야구(KBO)를 대표하는 특급 선수들의 메이저리그(MLB) 진출 소식은 팬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습니다. 류현진부터 김하성, 그리고 이정후까지 굵직한 KBO 스타들이 태평양을 건너 빅리그 무대를 밟았습니다.

이 선수들이 미국으로 떠날 때마다 선수의 연봉 외에 또 다른 거액의 돈이 움직입니다.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을 때, 키움 히어로즈 역시  MLB 구단으로부터 1,882만5,000달러의 포스팅 수익을 받았습니다. 당시 환율로 약 245억 원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245억 원 키움이 이정후를 '판' 가격도 아니고, 샌프란시스코가 키움과 별도로 협상해서 정한 금액도 아닙니다.
선수가 MLB에서 체결한 보장 계약 규모에 따라 일정한 공식으로 자동 계산되는 돈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선수의 MLB 계약이 커질수록 KBO 원소속 구단에도 돈이 돌아가는 걸까요?
이번 글에서는 이정후의 245억 원을 출발점으로, 선수의 꿈과 구단의 수익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포스팅 시스템(Posting System)'의 경제학을 쉽게 알아 보겠습니다.


✈️ FA가 아닌데 어떻게 메이저리그에 갈까?

먼저 가장 궁금한 부분부터 짚어보려고 합니다. 

“아직 KBO FA도 아닌데 어떻게 MLB와 계약할 수 있을까?” 

KBO에서 뛰는 선수가 일정 기간의 프로 경력을 쌓았다고 해서 곧바로 해외 자유계약선수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MLB의 공식 설명에 따르면 KBO 선수는 9년의 프로 경력을 쌓으면 국제 자유계약선수(International Free Agent) 자격을 얻어 포스팅 제도 없이도 MLB 진출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9년을 기다리면 선수 입장에서는 너무 늦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MLB 구단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전성기에 가까운 젊은 선수이고, 선수 역시 자신의 기량이 가장 좋을 때 더 큰 무대에 도전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포스팅 시스템입니다.

KBO 선수는 원소속 구단의 동의를 거쳐 포스팅될 수 있고, 포스팅된 선수는 MLB 구단들과 계약을 협상할 수 있습니다.

이정후 역시 KBO에서 7시즌을 마친 뒤 키움의 동의를 받아 포스팅됐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선수 → MLB 진출로 끝나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선수가 MLB에서 계약을 체결하면, 선수의 원소속 KBO 구단에도 별도의 돈이 지급됩니다.

바로 이 돈이 흔히 포스팅 피(Posting Fee)라고 부르는 금액이며, MLB에서는 Release Fee라고 사용합니다.



💰 이정후의 245억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정후는 2023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 달러의 MLB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렇다면 키움은 이 계약에서 얼마를 받았을까요?  1,882만5,000달러. 당시 환율로 약 245억 원입니다.
그런데 이 숫자는 임의로 정해진 것이 아닙니다.

현재 KBO-MLB 포스팅 시스템에서는 MLB 구단이 선수에게 지급하는 보장 계약(Guaranteed Contract) 규모를 기준으로 원소속 구단에 지급할 금액을 계산합니다.

계약 규모 구간 적용 비율 이정후 실제 계산 포스팅 피 
최초 2,500만 달러 20% $2,500만 × 20% 500만 달러 
다음 2,500만 달러 17.5% $2,500만 × 17.5% 437만5,000 달러
5,000만 달러 초과분 15% $6,300만 × 15% 945만 달러 
최종 합계 (누적 합산) 1억 1,300만 달러 1,882만 5,000달러

따라서 키움이 받게 된 포스팅 피는 1,882만5,000달러였던 것입니다.

즉, 이정후의 계약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키움이 더 많은 포스팅 수익을 받았다. 이것이 포스팅 시스템의 경제적 구조입니다.


🤝 선수의 대박 계약이 구단에도 좋은 이유

선수 입장에서는 당연히 더 좋은 MLB 계약을 원합니다. 그리고 KBO 원소속 구단 역시 선수가 좋은 계약을 맺으면 더 많은 포스팅 수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즉, 포스팅 시스템에서는 선수와 원소속 구단의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맞물립니다.

물론 선수의 해외 진출로 전력 공백이 생기는 만큼 구단 입장에서는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측면만 놓고 보면,  선수가 높은 가치로 MLB에 진출할수록 → 원소속 구단이 받는 포스팅 수익도 커지는 구조 인 셈입니다.

이게 바로 포스팅 시스템이 단순한 '해외 이적 제도'가 아니라 하나의 스포츠 비즈니스 모델처럼 보이는 이유입니다.


🤫 과거에는 '누가 더 많이 쓰느냐'의 게임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포스팅 시스템이 처음부터 이런 구조였던 것은 아닙니다. 과거에는 훨씬 더 단순하고, 선수에게는 불리한 방식이 사용됐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류현진의 MLB 진출입니다.

2012년 류현진이 MLB에 진출할 당시에는 MLB 구단들이 포스팅 입찰에 참여했고,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구단이 독점 교섭권을 얻는 방식이었습니다.
류현진의 경우 LA 다저스가 2,573만7,737달러의 포스팅 입찰액을 제시했고, 한화 이글스가 이를 받았습니다.

즉 당시에는 “선수의 가치가 얼마인가?” 보다 “어느 MLB 구단이 원소속 구단에 가장 많은 돈을 제시했는가?” 가 핵심이었습니다.
이 방식은 원소속 구단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이었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제한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최고액을 제시한 한 팀과만 협상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 지금은 선수의 계약 규모가 곧 구단의 수익이 된다

현재는 이 구조를 크게 바꿔 놓았습니다.

선수가 포스팅되면 MLB의 30개 구단이 선수와 협상할 수 있는 30일의 기간이 주어집니다.
선수 입장에서는 여러 구단의 조건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계약이 체결되면 그 계약의 보장 규모에 따라 원소속 구단의 포스팅 수익도 결정됩니다.

구분 과거 방식 (2018년 이전) 현재 방식 (2018년 개정 후)
협상 방식 최고 입찰액을 써낸 1개 구단 독점 협상 30일간 30개 구단과 협상 가능
포스팅 피 결정 MLB 구단이 적어낸 비공개 입찰액 선수의 최종 계약 규모에 연동 (슬라이딩 스케일)
핵심 수혜자 원소속 구단 (거액 이적료 우선) 선수 (선택권 보장 및 몸값 극대화)

선수의 선택권을 넓히면서도 원소속 구단에게 해외 진출에 따른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뀐 것입니다.


👑 키움 히어로즈가 보여준 '선수 육성 → 해외 진출' 경제학 

이 구조를 이야기할 때 빼놓기 어려운 구단이 키움 히어로즈입니다. 키움은 과거 강정호, 박병호, 김하성, 이정후 등 여러 선수가 MLB에 진출하면서 포스팅을 통한 수익을 얻은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
특히 이정후의 경우에는 1억1,300만 달러라는 대형 계약이 만들어지면서 키움에도 1,882만5,000달러의 포스팅 수익이 발생했습니다.

이 때문에 키움의 사례를 보면 이러한 스포츠 비즈니스 구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선수를 육성한다 → 선수가 해외에서 가치를 인정받는다 → 원소속 구단도 포스팅 피를 받는다  구단은 새로운 재원을 확보한다.

물론 실제 구단 운영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고, 포스팅 수익만으로 구단 전체를 운영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선수의 성장이 구단의 경제적 자산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부분입니다.


이정후의 사례를 보면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선수 한 명이 미국으로 갔는데 구단이 245억이나 받네?”

하지만 포스팅 시스템의 진짜 의미는 그 숫자 자체에 있지 않습니다.
선수에게는 더 큰 무대에 도전할 기회가 생기고, MLB 구단은 검증된 KBO 스타를 영입할 기회를 얻으며, KBO 원소속 구단은 선수의 해외 진출에 따른 경제적 보상을 받습니다.

세 주체가 모두 다른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지만, 하나의 계약 안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결국 포스팅 시스템은 “선수를 해외로 보내는 제도” 이면서 동시에 “선수의 시장가치를 돈으로 환산해 원소속 구단과 나누는 제도” 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정후의 사례에서 그 구조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야구에서 선수 한 명의 가치는 단순히 타율이나 홈런 숫자로만 결정되지 않습니다.
그 선수가 어느 리그에서 뛰는지, 어떤 팀이 영입을 원하는지, 그리고 계약 규모가 얼마인지에 따라 선수의 몸값은 거대한 비즈니스 숫자로 바뀝니다.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한 1억1,300만 달러는 선수에게 주어진 계약이었지만, 그 계약의 일부는 다시 키움으로 흘러갔습니다.
선수의 꿈이 구단의 수익이 되고, 구단의 육성이 다시 새로운 선수의 꿈으로 이어지는 것. 
어쩌면 이것이 포스팅 시스템이 만들어 놓은 가장 흥미로운 스포츠 경제의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이 구단의 단장이라면 어떨까요?
팀의 핵심 선수를 붙잡고 우승을 노릴 것인지, 아니면 해외 진출을 허용하고 그 대가로 얻은 자원을 미래의 선수 육성에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당장의 우승과 미래의 수익,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지옥의 룰렛 승부차기, 물병 쪽지와 60%의 법칙에 숨은 소름 돋는 과학과 기상천외한 룰

홈런왕의 방망이는 왜 단풍나무일까? 부러진 야구 배트에 숨겨진 소름 돋는 과학과 낭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야구 연장전은 왜 지금처럼 바뀌었을까?